내일의 죠 (허리케인 죠, あしたのジョー, Tomorrow’s Joe)

타카모리 아사오원작, 치바 테츠야 그림.

최강의 권투만화입니다. 권투 만화의 원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많은 곳에서 패러디되는, ‘하얗게 불태웠어…’의 대사가 나온 곳도 바로 이 만화이죠. (풀 대사는’하얗게…하얗게 재가 되도록 다 불태운 거야…새하얀 재로…’입니다.)

많은 권투만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입니다.
(‘전 내일의 죠는 본 적 없으니 난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는 권투 만화가가 물론 있을 순 있겠지만, ‘전 반지의 제왕을 본 적 없으니 톨킨의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는 판타지 작가와 비슷한 느낌일 거예요. 본인은 이 작품을 보지 않았을진 몰라도 문화나 기류라는 게 형성되어 있어서 본인도 모르게 그 유산을 받았을 테니까요.)

일단은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더 파이팅도, 사실상 허리케인 죠의 밀레니엄 버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야부키 죠처럼 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달동네 다리 밑 쓰러져가는 체육관의 배고픈 복서란 것이 일단 시대 배경에 안 맞고, 툭하면 화부터 내고 다혈질로 성깔을 부리며 소학교도 못 나온 성격파 주인공이란 것도 이미 식상해진 설정이지만요. 대신 영원히 죽지않을 공감의 캐릭터 ‘무조건 열심히, 극복해 내는 타입’만 살아남아 손질을 가한 것이 더 파이팅의 일보입니다. (하지만 일보의 스승인 압천 관장은 죠와 같은 시대로, 죠와 같은 타입이죠.)

죠의 필생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리키이시의 캐릭터는 쪼개져서 ‘마시바 료’와 ‘일랑’에게로 갔습니다. 파이팅 스타일은  마시바 료에게 갔고, (나중에 감량으로 비쩍 말라 눈만 번득이며 두 팔을 내린 자세까지 그래요.) 역할은 일랑에게로 갔죠.

죠의 캐릭터도 분산되어 일부는 일보에게, 일부는 마모루에게 갔습니다. 쓰러져도 쓰러져도 일어서는 집념은 일보에게 갔고, (마모루도 그렇긴 하지만) 하늘에서부터 타고난 야성의 싸움꾼이란 느낌은 마모루가 가져갔습니다.

죠는 계측 때 2파운드가 오버라서 재계측때까지 뛰고 설사약을 먹고 사우나에 가서 쓰러지는 사건도 있는데, 설사약 빼고는 마모루에게도 일어난 일입니다.

또 죠가 키가 크게 되면서부터 밴텀급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는 설정은 또 일랑과 같지만, 이는 청소년 권투선수라면 흔한 일이긴 하죠. 그럼에도 라이벌을 위해 체급을 올리지 않고 뼈를 깎는 감량을 한다는 것, 이것은 역시 더 파이팅의 영락없는 일랑이죠.

죠가 그로기 상태에서도 공이 울리자 싸우러 나가며 관장이 내미는 마우스피스를 관장의 손째로 물어버리며 나가는 설정은 완전히 일보와 같은데요, 이 장면은 구도까지 비슷합니다. 그리고 원제끼리를 보면, 내일의 죠, 시작의 일보, 어딘가 비슷하죠.

어찌됐던 다시 죠로 돌아와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 몇 개를 꼽자면, 여자 프로모터이자 애증(?)의 연인 요코에게 물을 뿌리며 성깔을 부리던 죠가, 마지막에 죽어가며 링 위에서 그의 글러브를 요코에게 ‘당신이 받아주었으면 좋겠어’라며 건네는 장면, ‘야부키 죠는 이미 죽었어…그렇다면 지금 난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거지..?’ 라고 속으로 부르짖는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의 표정, 판정으로 죠를 이겼지만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호세의 넋이 나간 얼굴, 아까 언급했던 ‘불태웠어…하얗게…’란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멘도사는 김득구와 싸웠던 멘시니를 모델로 했다는 말도 있죠. (좀 다른 데로 샜지만 김득구와의 싸움 이후 복싱을 그만 둔 멘시니와의 인터뷰를 보면 참 짠해요.)

개인적으로는 멋지다 마사루의 개그 포인트 중에 하나는 이 당시 이런 만화의 촌스러운 연출을 패러디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야이 바보들아~’ 를 외칠 때의 과장스런 동작, 팔 위에 동그란 동선을 그리는 것 등이랄까요.

이 만화는 정말로 시리어스한 설정이 많아서 보기엔 힘들어요. 특히 힘들었던 때는 김용비라는 한국 출신 복서를 상대할 때였어요. 김용비는 체중감량을 힘들어하는 죠를 비웃으며 말하죠. 감량으로 인한 굶주림은 굶주림도 아니라고요. 그는 죠에게 진짜 굶주림과 진짜 지옥을 아느냐고 묻습니다.

김용비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징집되었고, 김용비는 피난 중에 폭격으로 눈 앞에서 어머니를 잃죠. 그렇게 며칠을 굶주리다가, 탈진한 군인 하나를 발견하여 돌로 쳐죽이고 식량을 빼앗아 먹습니다. 그 군인은 저항하기보다는 뭔가를 필사적으로 말하려고 애쓰다가 죽어버리는데요. 그 군인은 바로 아내와 아들을 위해 식량을 가지고 탈영했던 김용비의 아버지였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김용비는 먹었던 것을 모두 토하고, 몸이 음식을 거부하게 되어 위장도 5살 상태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아 정말 끔찍하고 처절했어요. 이 김용비 사연 말고도 내일의 죠은 대체적으로 이런 처절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피가 끓어요!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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