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도너츠 왕자 이야기

예전에 동생이 작곡한 곡에 가사를 붙인 것.
어른인 체하며 아무나 가르치려 드려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컨셉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보컬 녹음 전 미디로 찍은 곡을 들었는데, 듣자마자 바로 머리 속에서 이 이야기가 떠올라서 단숨에 초안을 썼다.

나중에 완성된 곡을 들어보니 내가 쓴 부분은 많이 삭제되고, 내가 쓰지 않았던 랩도 붙어 있었다. 여기 올리는 건 내가 썼던 초안 전문.

아스트랄 캐논

-도너츠 왕자 이야기-

*표기법상 ‘도넛’이 맞지만 어감을 살리기 위해 도너츠라고 함

1

내 이야길 들어봐 나는 도너츠 왕자였어.

동그랗고 구멍이 뚫려 있었지.
햇빛이 쏟아지면 설탕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지.

모두 잊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잘 기억해봐, 난 어릴 적에 날개가 달려 있었어.
그래서 날개달린 도너츠였지.
나는 설탕을 흩뿌리며 마음대로 날았었지.

엄마 아빠는 날지 못했어. 그게 나는 너무 이상했어.
왜 날지 못하느냐 물었더니 사랑하면 날개가 없어진다고,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내가 생겼기 때문에 날지 못한다고,
나도 커서 진정한 사랑을 하면 날지 못할 거라고.

난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몰랐지만 해야 한다면 멋지게 할 거라 생각했어.
그러자 아직까지 설탕이나 흘리며 마음대로 날고 있는 친구들이 싫어졌어.
다들 날지 않는데 자기들 멋대로 날아다니는 사랑도 모르는 바보 도너츠들.

2

나는 사랑하리라 생각했어,
그래서 날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정말로 날지 못하게 되어 버렸어.

일찍 땅에 내려온 내게 엄마 아빠가 칭찬했어.

너는 사랑할 준비가 되었단다, 그래서 날지 않는 거란다.
저것 봐, 남들은 아랑곳 않는 이기적인 네 친구들을,
날고 싶다고 날 수 있다고 믿다니 얼마나 유치하니?

엄마, 사랑이 뭔가요, 내 날개를 버린 사랑이란 게,
아빠, 사랑이 뭔가요, 내 날개를 버린 사랑이란 게.

엄마 아빠가 말해줬어.
사랑이란 네가 너트가 되는 거란다.

나는 이제 도너츠가 아니야. 난 너트가 되어 버렸어.
사랑은 너트가 되는 거였어. 난 도너츠 왕자가 아니야.

다른 너트들과 손잡고 끊임없이 돌아야 해,

그래, 난 이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너트가 된 거야,

이제 날고 싶다고 마음대로 나는 무책임한 도너츠가 아니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야.

3

나는 나는 법을 잊어버렸어, 내가 도너츠였다는 것을 잊어버렸어.
누군가 도너츠 이야기를 하면 비웃었어.
날개달린 도너츠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우린 훌륭한 너트이니 좀 더 진지하고 중요한 생각을 해야 하잖아.

그리고 사랑은 딱딱하고 차갑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너트의 사랑은 서로를 힘껏 죄는 것이니까.

4

어쩐지 난 포실포실한 것이 그리워졌어.
나는 사랑을 하는데도, 나는 훌륭한 데도 어딘가 슬퍼졌어.

어느 날 하늘에서 설탕이 비 내리더니 거대한 날개를 단 거대한 도너츠가 나타났어.
그는 말했어, 난 도너츠의 신, 아스트랄이다.

아, 당신은 어떻게 날고 있는 거야, 다 큰 너트가 부끄럽지도 않아?
훌륭한 너트라면 날지 못해야 하는데, 넌 아직도 도너츠구나.

내가 외치자 아스트랄이 나를 바라보았어.

아스트랄의 이야기

너트가 되는 것은 훌륭한 것이 아니야, 도를 잃는 거지,
도너츠들은 도를 잃고 너트들이 된 거잖아.

넌 도너츠 왕자였어, 넌 날 수 있어.
네 안에 도가 아직 숨어 있단다.

도너츠는 포실포실하단다.
그게 진짜 사랑이란다.
진짜 사랑은 포실포실한 거란다.

그 말을 듣자 난 깨달았어.
내 눈에서 감격의 설탕이 흘러나왔어.
그래서 난 내 안에 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5

자, 너트가 되기 싫은 도너츠들이여, 나를 따라 도너츠의 우주로 가자!
도너츠의 신, 아스트랄이 외쳤어.

난 힘껏 그를 향해 날아갔어.
내 뒤를 많은 도너츠들이 따랐어.

하지만 더 많은 너트nuts들은 우릴 손가락질 했어.
유치한 날개로 날다니 너희는 세상을 모르는구나.

너트의 세상은 몰라도 돼, 내가 가는 세상은 모두가 도너츠가 되어 날 수 있는 세상,
어떤 도너츠도 도를 버리고 너트가 되지 않는 세상,
모두 설탕을 뿌린 달콤한 세상.

자, 날아가자!
도너츠의 세계로, 아스트랄을 따라서.
도너츠의 세계로, 아스트랄을 따라서.

잘 생각해봐, 기억나지 않아? 넌 날개가 있는 도너츠 왕자였다는 걸,
난 아직도 반짝반짝 설탕을 뿌리며 우리 세계를 날아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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