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아트 좋아해요?” -영상디자인의 꽃,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

1. 모션그래픽이 뭐죠?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s)은 쉽게 말해서 원래 움직이지 않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사진, 텍스트 등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동영상의 한 형태, 동영상의 한 장르, 동영상 기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외 위키에서는 움직임, 회전 등을 만드는 비디오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기술로서, 보통 사운드와 결합되는 멀티미디어 작업이라고 되어 있어요. 대부분 전자적인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해 보여지죠. 하지만 때로는 수동적인 기술에 의해 보여질 수도 있대요. 수동적인 기기란 예를 들어 소마트로프나, 페나키토스코프나, 조트로프나, 프락시노스코프나, 플립북 같은 것을 말하죠.

이러면 애니메이션과는 뭐가 다른데? 하는 의문이 생기죠. 하지만 애니메이션과는 기법적으로, 그리고 존재 의미적으로(?) 달라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모션그래픽은 기존에 2D적으로 완성된 디자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가깝죠.

이것을 애니메이션과 구분하여 엄밀히 정의하는 것은 어려우니 여러 사례를 들어 보여드릴까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모션그래픽을 잘 활용한 방송은 EBS의 e채널이라고 생각해요. 일러스트 한 장을 올려놓고 카메라로 줌인 줌아웃, 패닝하는 식의 카메라 연출로 의미를 전달해요.

사실 줌인 줌아웃이란 것도 모션그래픽 툴에서 이미지를 확대하고 축소하는 것이고, 패닝이라는 것도 이미지를 옆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예요. 그것으로 카메라 연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죠. 즉 이미지를 확대 축소하고(줌), 이동하고(팬), 회전시키고(달리), 여기에 텍스트의 움직임을 더하고, 사운드를 더하면 어엿한 모션그래픽이 됩니다. 이것이 영상디자인 작업의 기본이 됩니다.

위 e채널을  보아도 아시겠지만, 모션그래픽의 장점은 비교적 간단히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보다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가장 단순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인 ‘TV동화’만큼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모션그래픽의 기본적인 기법이 이와같다고 해서, 영상의 예술적 퀄리티가 언제나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기법이라도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연출을 해낼 수 있어요. 어떤 기법이든 극으로 발전시키면 모두가 동등해지죠. 제작비의 절감을 위해 만들어진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 일본에 가서는 특유의 연출 방법이 된 것처럼요.

그럼 Audio Bullys의 Shot You Down을 보시겠습니다. 옛날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 음울하고 범죄적인 노래를 믹싱하면서 그에 맞는 모션그래픽 작업을 한 것입니다.


2. 키네틱타이포그래피

이러한 모션그래픽 중에서도 눈여겨보실만한 작업이 있어요. 바로 ‘키네틱 타이포그래피kinetic typography’란 것이죠. 아까 움직이지 않는 2D 디자인 요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모션그래픽이라고 했었죠? 그 중에서 특히 타이포들을 움직여서 연출하는 기법이 극으로 간 거예요[1].

일단 김진표의 ‘믿을진 모르겠지만’을 가지고 작업한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하나 봅시다.

이 키네틱타이포는 미디어적으로 봤을 때는 디지털 영상인 모션그래픽의 한 갈래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는 ‘타이포그래피’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죠.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시각디자인의 일종입니다. 쉽게 말해 2차원적인 폰트(서체) 및 활자의 배열을 말해요. 잡지나 브로슈어의 디자인을 하는 편집디자인editorial design분야에서 말하는, 폰트의 선택, 글 그룹들의 레이아웃, 자간, 행간, 정렬, 컬럼의 배치 등등을 구성하는 디자인을 말하죠.

대부분의 콘텐트가 문자로 이루어져 있을 경우, 이 텍스트들을 어떻게 쉽게 전달하고, 보기에 아름다우며, 논리적인 위계와 질서를 가지고 배치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구성하는 디자인이 편집디자인, 그 중에서도 특히 타이포그래피입니다.

잘 된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의 크기라던가, 라인 하나 집어넣는 것조차도 의미가 있어요. 즉 모든 디자인 요소-폰트, 글 그룹들의 레이아웃, 자간, 행간, 정렬, 컬럼의 배치가 정보를 전달하는 특정한 방식인 것이죠.

Oscar_Wilde_Retrospective

그러니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란 것은, 2D 타이포그래피에 ‘모션’을 추가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Kine라는 단어 자체가 움직임을 의미하죠. 즉 영상 형태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인 것이예요.

그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이걸 되짚어올라가다보면 아폴리네르가 나옵니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년 8월 26일 ~ 1919년 11월 9일)는 프랑스의 시인입니다. 아폴리네르는 시를 쓰면서 문장을 시에 맞는 이미지로 만들었어요. 즉 그의 작품들은 요즘 의미에서의 타이포그래피였던 것이죠.

참고로, 이렇게 문자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은 또 일가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을 칼리그램calligramme이라고 해요. 영어로는 calligram으로 찾으세요. 아폴리네르가 이 기법의 원조인 셈이죠. 참, 한국어 위키에는 ‘칼리그램’으로 찾아도 문서가 아직 없어요.

그럼 아폴리네르의 <비가 온다Il Pleut>라는 칼리그램을 감상하시겠습니다.

il_pleut
비가 온다(Il Pleut)

귀여운 작품이죠? 구글에서 calligram으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많은 작품들이 나오니까, 실컷 구경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마음껏 찾아보셨다고 가정하고, 다시 키네틱타이포로 돌아옵시다.

키네틱타이포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도형, 즉 면을 구성하는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예요. 칼리그램, 또는 타이포그래피적이죠.

그럼 Mig Reyes라는 사람이 The Hush Sound의 The Lions Roar라는 곡으로 작업한 키네틱타이포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2D적으로 그래픽디자인이 이미 완성되어 있어요.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디자인에 모션을 추가한 것이죠.

lions_roar

면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한 번 감상해봅시다. 먼저, 현대카드 광고와 비슷한(!) 작품을 봅시다.

‘언제나 변화해야한다’라는 주제로 만든 건데, 그 주제를 이 모션그래픽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예요. 잘 보시면 스틸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써서 작업했어요. 그리고 폰트가 계속해서 바뀝니다. 갑자기 카메라를 당기거나 뒤로 빠지면서 강약을 주는 연출, 그럴 때의 포커스 인아웃도 세련되었고요.

그리고 아직 취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깊은 인상을 받는 다음의 작품을 봐주세요. 저는 음악도 무척 마음에 드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회사가 취급하는 영역들을 프리젠테인션한다고 상상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 뿐 아니라 자기 PR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럼 Citizen Cope의 Let The Drummer Kick이라는 곡으로 만든 키네틱타이포 작품을 감상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도 그렇고, 좋아하는 작업이예요.

kick이라는 단어가 튀어오르는 걸 보세요. 베이스드럼의 페달을 밟는 동작을 모션화 한 건데 이런 디테일이 아주 재미있죠.

더 나아가 키네틱타이포로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음의 Typolution이라는 작품을 보세요.

키네틱타이포그래피는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한 번 천천히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진화하는 모션그래픽

crow

이렇게 모션그래픽은 2D 디자인에 모션을 추가하는  기법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지금은 단순히 그런 기법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요. 또한 광고, 애니메이션, 방송영상, 뮤직비디오, 온갖 데에서 쓰이고 있죠.

저는 이 모션그래픽 영상 기법의 시작을 디지털 툴의 발달로 봐요. 특히 어도비사의 애프터이펙트After Effect를 지목하고 싶습니다.

이 애프터이펙트라는 툴은, 이름 그대로 영상에 후반 효과를 추가하는 툴로 개발이 된 것이예요. 그래서 불효과, 물효과, 날씨효과 같은 것이 있죠. 그 외에도 다양한 필터가 플러그인으로 개발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 애프터이펙트에는 타이포라던가, 스틸이미지, 영상클립에 모션, 확대축소, 회전 등을 쉽게 줄 수 있는 키프레임 기능이 들어 있었어요. 마치 예전에 플래시처럼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거죠. (요 키프레임 애니메이션 기능은 프리미어에도 다시 들어옵니다. 애펙만큼 강력하진 않지만요) 애펙의 기능 중에 하나였던 이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이것만으로 색다른 기법의 영상을 만들 수 있게 하였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영상 디자인의 꽃, 디지털 아트의 정수인 모션그래픽이라는 장르 자체가, 애프터이펙트라는 디지털 툴로 인해 등장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술의 발전, 툴의 진화는 예술의 진화로 이어집니다. 활판인쇄술이 그러했듯, 영화가 그러했듯, 애니메이션이 그러했듯, 또다시 미디어, 그리고 툴의 발전으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 거죠.

모션그래픽은 이제 굳이 스틸이 움직인다는 개념으로 부르기가 어려워졌어요. 이제 영상연출, 영상 디자인 전반을 말하죠. 그럼 Psyop 이라는 그룹의 MTV 영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1] 다른 말로 모션타이포, 키네틱 플로우 등으로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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