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고양이 내다 버리라는 아빠

“니 이거 은제 내다브릴 건데? 어?”

꼴을 베고 돌아온 봉수는 평상에 올라서자마자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또 또 또 지랄이다.”

“니는 애비한테 지랄이 뭐고 지랄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이 푸닥거리를 하니까 그라제.”

“저기 얼마나 숭악한 짐승인지 멫번을 말해야 알긋나?”

“저기 도대체 어데가 숭악하다는 기고?”

마침 평상에 배를 보이고 누워있던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바바라 저거! 저 돗바늘 같은 이빨! 아이고 무서버라, 저 뾰쪽한 거 안 비나?”

“아부지 니는 돗바늘에 찔리면 죽나? 죽은 사람 있으면 함 대바라.”

“내 어릴 적에 옆집에 살던 김첨지가 밤에 괭이한테 물리 주긋어.”

“첨지는 조선시대 관직이다. 은제쩍 헷소리를 해쌓노. “

“아이야! 진짜 괭이한테 물리갔어! 물리가는 걸 내가 어릴 때 밨다꼬. 그래가 마을 사람들 다 모이갖고 횃불들고 산에 김첨지 찾으러 올라갔다꼬.”

“…진짜가?”

“진짜다!”

“끽해야 아부지 니 머리통만 한 기, 무슨 수로 장정을 물어가겠노?”

“잘못 본 거 아이다! 사람을 이래 앞발로 이래 이래 해갖꼬! 등치도 막 집채만 하드라. 저거보다 한 100배는 컸을끼야, 아마?”

“아부지 그거 괭이 아이고 범이다.”

“아이야! 진짜 딱 저렇게, 저거저거 바라! 딱 저렇게 생깄다 아이가. 똑같이 생깄다!”

“그러니까 괭이 아이고 범이라고. 둘이 다른 기다.”

“아이다! 저게 아직 새끼라 그렇제, 다 크면 집채만 해진다 아이가!”

“벌써 10년을 키웠다! 이미 중년이라고!”

“내가 밤에 보이까 눈도 불이 번쩍번쩍하는 기 벌써부터 맹수의 조짐이 보인다.”

“헷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드시소 마!”

봉수와 순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평소처럼 앞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봉수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늑대는 수컷이고, 암컷 늑대는 여우!”

“부엉이 암컷은 올빼미 아이가? 귀에 뾰쪽한 기 튀 나온 게 수컷! 대구리가 요래 똥글똥글한 기 암컷!”

개중엔 옳은 말도 있었다.

“아부지, 늑대랑 여우는 다른 기다. 부엉이랑 올빼미도 다른 기야.”

“뭐가 다른데? 꿩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아이가?”

“그건 맞는데, 하여튼 그런 거랑은 다르다.”

문제는 이렇게 간혹 맞는 말을 하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더 성가시다는 것이다.

이제 봉수의 잘못된 신념에는 하나가 더 추가되어, 고양이가 다 크면 호랑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순이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10년 내내 고양이를 내다 버리라고 성화를 부렸던 이유는 알게 된 셈이었다.

“아부지, 내 내일 이모댁에 갔다오는 거 알제? 엄마 기일이라꼬 뭐 쫌 챙기줄라나 보드라.”

“아침부터 그래 댕기오면 밤에 제사 지내기 안 바쁘겠나?”

“걱정마라. 웬만한 건 다 해서 찬장에 넣어놨다. 아부지가 탕만 좀 끼리놓으면 된다. 아 그라고 수챗구멍으로 쥐새끼 들락날락거리드라. 찬장 꽉 닫아놓으래이.”

“저놈의 괭이는 맹수가 되가꼬 와 쥐도 몬 잡노. 허구언날 디비져만 있고. 니 없는 새에 산에다 도로 갖다 놓을란다. 말은 못 해도 지도 그게 아마 더 좋을끼다, 맘껏 뛰댕기고. 니는 저거 니 좋자고 집에만 가둬놓는 기 안쓰럽지도 않나?”

“태생이 집괭이라 안 카나! 산은 평생 구경도 못해 본 아아다. 내 없는 새 나비한테 무슨 짓만 했단 봐라. 아부지 니는 엄마랑 한 날 한시에 나란히 제삿상 받는 줄 알아라.”

“하이고 이모네 가 있는 기 무슨 수로 낼 막을낀데? 가기 전에 쥐약이나 좀 놓고 가라.”

“그란데 아부지 니는 뭔 말만 하면 괭이 얘기로 빠지노?”

아침에 눈을 뜬 봉수는, 순이가 이미 이모댁으로 출발하고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평상엔 약국 봉지가 놓여 있었다. 전에 봉수가 사왔던 쥐약을 담았던 봉지였다. 속은 이미 비어 있었다.

“그래도 애비가 시킸다고 쥐약은 놓고 갔나보제.”

봉수는 댓돌로 내려서며 마당을 한 번 휘 둘러보았다.

“오늘은 괭이가 와 안 비노? 갖다 버릴라캤드만. 벌써 알고 숨었나 보제. 하여튼 괭이는 영물이다, 영물.”

일하기 좋은 날이었다.

날은 맑은데 층층구름이 적당히 장막을 쳐줘서 햇살이 너무 따갑지도 않았고, 땀이 날만하면 서늘한 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를 식혀주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보다 오래 밭에 머물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온 봉수는, 그때까지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로 파고 들었다.

“이 짐승이 어데갔노? 사람오면 씨익 나오더만.”

봉수는 배고픔도 잊고 집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부엌에 들어섰을 때, 수챗구멍 옆에 쥐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

봉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설마 약 묵고 뒤진 쥐를 묵었나?”

봉수는 허둥지둥 딸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고양이는 순이의 이부자리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었다. 놀랐을 법도 할 텐데, 고양이는 미동이 없었다.

“니 괘얀나?!”

봉수는 달려들어 고양이를 살폈다. 고양이는 느리게 깼지만, 평소의 호동그란 눈이 아니었다. 붉은 속눈꺼풀이 눈알을 반쯤 덮고 있었다.

“야야, 니 와 이러는데?”

그 순간 봉수는 자신이 무언가 밟았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고양이가 토해놓은 것이 분명한 갈색의 물체였다. 액체과 고체가 반쯤 뒤섞여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젖은 털뭉치였다.

“아이고 시상에 이를 우야노! 이를 우야노!! 니 은제부터 이랬던 기가? 아침부터 이랬나? 아프면 아프다고 티를 내야제, 이라고 있으면 우짜노!”

봉수는 입으로는 온갖 소리를 늘어놓으며 동시에 서둘러 겉옷을 벗어 고양이를 둘둘 싸맸다. 고양이는 기운없이 축 늘어져서 봉수의 행동에 저항이 없었다.

“그래도 토해서 속을 비워냈으니 괘얀을 끼다!”

봉수는 자신에게 말하듯이 다짐하며 고양이를 안고 옆집으로 달려갔다.

“성철아아!”

봉수의 외침에 성철의 아버지가 놀라서 나왔다.

“무슨 일인데 악을 쓰노?”

“나 도라꾸 좀 빌려도. 내 빨리 읍내 가야 한다.”

“읍내는 와? 니 품에 그건 뭐고?”

“아, 빨리!”

봉수가 하도 패악질을 해대니, 성철 아버지도 별 말없이 트럭 열쇠를 건네 주었다. 봉수는 지체없이 고양이를 싣고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읍내에 단 하나 있는 구청 보건소 수의사는 난색을 표했다.

“아, 내는 괭이는 모린다니까. 내는 큰 짐승만 본다. 그라고 동물벵원은 소나 돼지겉은 가축이나 보는 기제, 누가 괭이를 벵원에 데리오노?”

“괭이는 짐승 아이가! 수으사가 짐승을 못 보면 누가 보노! 소나 괭이나 다 같은 짐승이제 니 괭이 차별하나!”

수의사 멱살을 잡으려다 구청에서 쫓겨난 봉수는 옷 속에 파묻힌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감싼 옷이 조금 젖혀지며 몸이 드러났는데, 유난히 배가 불룩해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니 임신했나?”

손이 떨렸다. 순이 엄마는 둘째가 들어섰을 때 임신 중독이었다.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데, 큰 병원은 너무 멀었다. 봉수는 길 위에서 속수무책으로 아내를 보냈다.

“수으사가 몬 보면 사람 으사라도 뵈키야제! 나비야, 니는 내가 벵원에 꼭 데리간다!”

이것이 봉수가 읍내 종합병원에서 행패를 부리게 된 이유였다. 이 모든 사정을 들은 파출소 순경은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번만 그냥 보내주는 깁니다?”

봉수는 고양이를 안고 풀이 죽어 파출소를 나왔다.

“순이한테 뭐라하면 좋노…”

집에 오니 순이가 돌아와 있었다.

“아부지 니 우리 나비 몬 봤나? 야가 안 븨네.”

봉수는 쭈뼛쭈뼛 서 있었다.

“와 그라고 섰는데? 설마 니 나비 진짜 버리삤나?”

봉수는 서러움이 북받쳤다.

“다 내 잘못이다! 내 때문에 우리 나비가 죽어삣다! 내가 괜히 맨날 갖다 버리라 캐싸서!! 수으사 그 쌔끼는 소새끼 삒에 몬 보고! 내 그래가 산부인과에 가가…”

“아부지 니 뭐라캐쌓노? 나비가 죽어? 대체 뭔 소리고?”

“내가 벵원에 몬 데리가 느 엄마도 직이고 나비도 직이고!”

“품에 안은 건 그건 뭐고? 나비 아이가?”

“그니까 나비 맞는데,”

“아까부터 고개 빼- 내밀고 있는데?”

“…어?”

봉수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를 아래로 내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은 듯이 있던 고양이가 눈을 반짝 뜨고 있었다.

“아까 분명, 아가 축 늘어지가, 내는 그래서 분멩 쥐약을 먹고 뒤짓구나 싶어가.”

“집안에 쥐약이 없는데 우째 먹노.”

“니가 아침에… 그럼 저건 뭐고?”

봉수는 평상 위에 놓인 약봉지를 가리켰다.

“그거 나비 주사약이다. 피부병이 좀 있어가 아침에 주사 놔주고 갔다.”

“전에 사 온 쥐약은?”

“접때 다 썼던 거 기억 안 나나?”

“맞나…”

봉수는 고양이를 평상에 내려놓았다. 고양이는 그릉대며 순이에게 머리를 비벼댔다.

“쥐약도 안 묵은기 와 하루종일 축 늘어짓노.”

“주사 맞으면 낮엔 좀 졸리한다.”

“바닥에 쥐새끼도 토해놨든데.”

“쥐새끼? 아아, 그거 털뭉치다. 고양이는 가끔 털 뭉치도 토한다. 근데 니 산부인과는 와?”

“어?”

“아까 수으사가 안 봐줘서 산부인과에 갔다는 말 한 거 아이가? 산부인과는 와?”

“야야, 니 말이 맞드라. 괭이가 커서 범이 되는 기 아이고, 이 쪼끄만기 이기 다 큰 기 맞드만. 근데 니는 맨날 이삐다고 물고 빨고 해쌓드만 나비 임신한 것도 모리나?!”

“숫놈인데 무슨 수로 임신하노?!”

“그럼 배가 와 저렇노?!”

“괭이는 원래 배가 늘어진다!”

“니가 잘못 안 기다. 저 봐라, 저건 절때 살이 찌가 티나온 상태가 아이다!”

봉수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늑대는 수컷이고 암컷은 여우라고 생각한다. 부엉이는 수컷이고 올빼미는 암컷인 줄 안다.

다행히 고양이가 자라서 호랑이가 된다는 믿음은 깨어졌지만, 개가 수컷이고 고양이는 암컷인 줄 안다.

“니 순이 아부지 우는 소리 들었나? 사내 대장부가 되어가가 아주 엉엉 우는 기 동구밖까지 들리데. 지 마누라 기일이라고 저래 울었는갑지. 아직도 몬 잊었나 보드라.”

“동네에서 열부문이라도 세와야겠다.”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쑥덕댔다. 고양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앞다리를 쭉 펴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그런 고양이를 보며 봉수가 소리를 질렀다.

“이눔의 괭이가 영물이다 영물!”

“그랄 땐 영물이 아이고 요물이라 칸다. 와, 또 요물은 수컷이고 영물은 암컷이라고 하제?”

“하여간 내다 버리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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